사라진 광부 마을, 한반도 폐광촌에 남겨진 유적을 걷다
한반도 산업화의 역사는 화려한 빌딩이나 대규모 공단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1960~1980년대, 국토 곳곳에서 땅을 파고, 어둠 속에서 석탄을 캐던 수많은 광부들의 피땀이 그 기초를 다졌다. 그들은 태백, 삼척, 정선, 영월 같은 깊은 산골에 몰려들어 ‘광산마을’을 형성했고, 이 마을들은 연기, 탄가루, 기침 소리, 아이들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석탄으로 먹고살던 수천 명의 생존이 얽혀 있는 작은 국가의 축소판과도 같았다.그러나 오늘날 이 마을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산업은 바뀌었고, 사람들은 떠났으며, 도시는 마을을 흡수하거나 외면했다. 과거의 번성과 북적임은 사라지고, 지금은 무너진 지붕, 꺼진 아궁이, 폐허가 된 연탄창고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