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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광부 마을, 한반도 폐광촌에 남겨진 유적을 걷다 한반도 산업화의 역사는 화려한 빌딩이나 대규모 공단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1960~1980년대, 국토 곳곳에서 땅을 파고, 어둠 속에서 석탄을 캐던 수많은 광부들의 피땀이 그 기초를 다졌다. 그들은 태백, 삼척, 정선, 영월 같은 깊은 산골에 몰려들어 ‘광산마을’을 형성했고, 이 마을들은 연기, 탄가루, 기침 소리, 아이들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석탄으로 먹고살던 수천 명의 생존이 얽혀 있는 작은 국가의 축소판과도 같았다.그러나 오늘날 이 마을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산업은 바뀌었고, 사람들은 떠났으며, 도시는 마을을 흡수하거나 외면했다. 과거의 번성과 북적임은 사라지고, 지금은 무너진 지붕, 꺼진 아궁이, 폐허가 된 연탄창고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주 애월읍 무명오름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감시초소 흔적 제주는 수많은 ‘오름’으로 이루어진 섬이다. 각각의 오름은 뚜렷한 이름과 설화를 가지고 있지만, 이름조차 없는, 이른바 ‘무명오름’이라 불리는 작은 봉우리들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특히 제주 서쪽 애월읍 일대에는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은 낮고 둥근 오름이 여럿 존재하며, 이 중 일부는 지도에도 명확히 표기되지 않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리는 이름이 없거나 단지 ‘그 오름’이라 지칭되곤 한다.이번 글에서는 애월읍 외곽 마을 인근, 해안가에서 멀지 않은 야산 하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오름은 이름이 없어 ‘무명오름’이라 부르지만, 그곳 정상 부근에서 발견된 낡은 돌무더기와 낮은 석축 구조는 단순한 자연물로 보기 어려운 특징을 지닌다. 여러 차례 현장 탐방을 거쳐 조사한 결과, 이 구조물은 조..
북한산 숨은 능선, 조선 선비의 자살터라는 설화 서울 북부에 우뚝 솟은 북한산은 연중 수많은 등산객이 찾는 인기 산이다. 백운대, 인수봉, 문수봉 등 이름난 봉우리와 아름다운 계곡길이 조화를 이루며, 계절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하지만 대중이 주로 찾는 인기 코스 외에도, 북한산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조용한 능선과 외진 길들이 존재한다. 그 길들은 관광 안내지도에도 잘 표시되어 있지 않으며, 때로는 **‘말해선 안 될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는 장소이기도 하다.북한산 북쪽 자락의 숨은 능선 어딘가에는, 조선 후기 한 선비가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전설적인 장소가 있다. 이 이야기는 역사서에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지역 주민들과 오랜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꽤 구체적으로 구전되어 온 설화다. 이름 없는 바위, 폐쇄..
공주 공산성 뒤편, 백제 무녀들의 제사 장소 재조명 충청남도 공주시는 백제의 옛 수도로,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그 중심에는 금강을 내려다보는 공산성이 있다. 공산성은 백제 무령왕 시기부터 사비 천도기까지 전략적 요충지이자 왕성이었던 장소로,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많은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역사 유적지다. 성 안쪽의 왕궁터나 공북루, 임류각 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공산성 뒤편, 즉 북서쪽 산책로로 이어지는 구간은 상대적으로 조명이 덜 되어 있다.하지만 이 조용한 뒷길에 대해 지역 주민과 향토사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로 ‘백제 시대 무녀(巫女)들의 제사 장소’가 이곳 어딘가에 존재했었다는 민간 전승이다. 이 이야기는 공식 역사서에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공산성 인근 마을 어르..
순천 선암사 뒤편 숨은 암자터, 조선 정승의 유배 이야기를 따라 걷다 전라남도 순천의 선암사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한 한국 불교의 대표 사찰 중 하나다. 이 사찰은 특히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로 유명하며, 순천만 국가정원과 함께 꼭 방문해야 할 관광지로 손꼽힌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선암사의 정문을 통과해 대웅전을 거쳐, 유명한 홍교(무지개다리)나 동백꽃길을 중심으로 사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돌아간다. 그러나 그 뒤편,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 속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장소와 전설이 숨겨져 있다.선암사 뒤편에는 지금은 거의 폐허가 된 암자 터가 존재하며, 이곳에는 조선 시대의 고위 관료, 즉 정승 직책에 있었던 인물이 유배를 와서 은둔 생활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 전설은 공식 사서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선암사 주변을 오래도록 지켜온 스..
경주 황성공원 인근, 잘 알려지지 않은 신라 귀족 무덤 이야기 경주는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도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경주의 역사는 대부분 대릉원, 불국사, 첨성대 등 이름난 유적들에 집중되어 있다. 그 외의 장소들, 특히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고 안내판도 없는 역사 공간들은 대부분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채, 조용히 시간의 흐름만을 견디고 있다. 이런 장소야말로 진짜 경주의 속살이자, ‘관광’이 아닌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경주시 중심에 위치한 황성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운동 공간으로 널리 이용되는 곳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는 이 공원은 겉으로 보기엔 여느 도시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황성공원 북서쪽, 산책로 뒤편의 조용한 언덕 아래에는 신라 시대의 귀족 무덤이 몇 개 남아 있다. 이 무덤들은 역사적으..
정선 아우라지 뒷길, 조선 상인의 비밀거래가 숨어 있는 숨은 역사 탐방기 강원도 정선군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전통시장의 정취, 탄광촌의 과거 기억이 뒤섞인 독특한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아우라지’는 두 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레일바이크와 민속촌, 트래킹 코스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하지만 아우라지의 진짜 이야기는 관광 브로셔나 지도에 담겨 있지 않다. 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입으로 전해온 이야기 속에는, 조선시대 후기에 이 지역에서 상인들이 몰래 거래를 해왔던 비밀 장소가 존재했다고 한다. 특히 강과 산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아우라지의 지형적 특성은 관청의 감시를 피해 은밀하게 거래를 진행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이었다고 한다.이번 글에서는 아우라지 민속마을 뒤편, 일반 관광객은 거의 찾지 않는 오래된 숲길과 강변 지역을 따라가면서 조선 후기 상인들이 남..